몇년전 여름부터 자다가 팔뚝과 정강이가 심하게 가려워 벅벅 긁다 잠에서 깬 적이 여러 번 있었습니다.
로션을 아무리 발라도 그때뿐이었고, 각질은 자꾸 하얗게 일어났습니다.
병원에서 갱년기로 인한 증상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나서야 저만 겪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글은 갱년기 피부 가려움과 건조함으로 고민하시는 분들을 위해, 25년간 아로마테라피를 생활 속에서 실천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오일별 성분과 실제 사용 레시피를 정리한 내용입니다.
갱년기에 피부가 유독 가렵고 건조해지는 이유
단순히 나이가 들어서 그런 것이라고 넘기기 쉽지만, 자료를 찾아보니 그렇게 단순한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1980년대 후반 브린캇(Brincat) 등의 연구를 시작으로 이후 여러 피부과학 리뷰에서 공통적으로 언급되는 수치가 있는데, 폐경 이후 첫 5년 동안 피부 속 콜라겐이 최대 30% 가까이 줄어든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이후로도 매년 약 2%씩 완만하게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콜라겐을 만드는 섬유아세포는 에스트로겐 신호를 받아야 활발히 움직이는데, 에스트로겐이 줄어들면서 이 세포 활동 자체가 느려지는 것으로 설명되고 있습니다.
문제는 콜라겐만이 아닙니다.
프로게스테론 역시 함께 줄어드는데, 이 호르몬은 피지선 활동과 관련이 있어 피지 분비량 자체가 줄어드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피지가 줄면 피부 표면을 덮어주는 유분막이 얇아지면서 수분이 쉽게 날아갑니다.
여기에 피부 속 수분을 붙잡아두는 히알루론산과, 각질층 사이를 채워주는 세라마이드 같은 지질 성분까지 함께 줄어든다고 보고되어 있어, 피부 장벽 자체가 헐거워지는 상태가 됩니다.
장벽이 약해지면 외부 자극이 안쪽 신경까지 더 쉽게 전달됩니다.
피부가 얇아지고 수분이 부족해지면 작은 마찰이나 온도 변화에도 가려움을 느끼는 신경 말단이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설명이 있습니다.
로션을 발라도 그때뿐이고 자꾸 가려운 것은, 단순히 겉이 건조해서라기보다 장벽 구조 자체가 달라졌기 때문일 가능성이 큽니다.

오일별 성분 분석 — 라벤더, 티트리, 저먼 캐모마일, 헬리크리섬, 블루탠지
라벤더(Lavender, Lavandula angustifolia)
주요 성분은 리날룰(Linalool) 25~38%,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 25~45%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리날룰은 신경계 쪽으로 작용해 긴장을 완화하는 성분으로 많이 연구되어 있고, 리날릴 아세테이트는 항염·진정 작용이 함께 보고되고 있습니다.
리날룰을 정제한 캡슐 제제(실렉산, 독일에서는 라제아라는 이름으로 유통)가 불안 관련 증상 보조 목적으로 처방되는 사례가 있을 정도로 성분 연구가 비교적 탄탄한 편입니다.
저는 가려움으로 예민해진 피부를 가라앉히는 목적으로 이 오일을 베이스처럼 가장 많이 사용합니다.
티트리(Tea Tree, Melaleuca alternifolia)
테르피넨-4-올(Terpinen-4-ol)이 30~48% 범위로 주성분을 이룹니다.
이 범위는 국제표준 ISO 4730(Oil of Melaleuca, terpinen-4-ol type)에 정해진 기준입니다.
테르피넨-4-올은 항균·항진균 작용 쪽으로 연구가 많이 된 성분이라 여드름 젤이나 무좀 관련 국소 제품에 흔히 사용됩니다.
저는 긁다가 살짝 상처가 난 부위를 관리하는 목적으로 소량만 넣었고, 자극감이 있을 수 있어 페이스용 레시피에서는 제외했습니다.
저먼 캐모마일(German Chamomile, Matricaria recutita)
카마줄렌(Chamazulene)과 알파 비사볼롤(Alpha-bisabolol)을 함유한 진한 파란색 오일입니다.
여러 GC-MS 분석 논문을 확인한 결과, 원산지와 재배 조건에 따라 두 성분의 함량 편차가 매우 커서(카마줄렌 약 1~24%, 알파 비사볼롤 약 15~44% 수준으로 보고된 논문들이 있음) 일반화하기 어렵다는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카마줄렌은 생 식물에는 없다가 증류 과정에서 마트리신이라는 전구물질이 변환되어 만들어지는 성분으로, 염증 관련 신호전달 경로에 관여한다는 연구가 있습니다.
알파 비사볼롤은 진정 작용이 있어 화장품에 단독 성분으로도 자주 사용됩니다.
벌겋게 달아오르고 가려운 피부를 가라앉히려는 목적으로 사용합니다.
헬리크리섬(Helichrysum, Helichrysum italicum, 이모르텔)
원산지에 따라 편차가 큰 오일로, 네릴 아세테이트(Neryl acetate)가 보통 10~45%, 이 오일에서 주로 발견되는 이탈리디온류(Italidiones)가 2~12%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최근 프랑스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는 코르시카산 헬리크리섬 오일과 네릴 아세테이트를 사람 피부 외식편(explant) 모델에 적용했을 때, 피부 장벽을 구성하는 유전자 발현과 세라마이드 합성에 관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는 결과가 보고되었습니다.
다만 이는 실험실 조건에서 진행된 피부 외식편 연구 결과이며,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결과는 아니라는 점을 밝혀둡니다.
자꾸 긁어서 거칠어진 피부 결을 정돈하고 싶을 때 사용하는 오일입니다.
블루탠지(Blue Tansy, Tanacetum annuum)
카마줄렌 함량이 논문에 따라 약 5~38%까지 편차가 크게 보고되고 있고, 사비넨(Sabinene)도 약 4~35% 수준으로 원산지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저먼 캐모마일보다 카마줄렌 함량이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많아 색이 더 진한 파란색을 띠는 경향이 있습니다.
향이 강하고 성분 농도가 진해서 화끈거리고 벌게지는 느낌이 심할 때만 아주 소량 사용합니다.
베이스로 쓰는 캐리어오일 — 카렌둘라 인퓨즈드 오일, 호호바 오일
카렌둘라 인퓨즈드 오일(Calendula Infused Oil, Calendula officinalis)
카렌둘라 꽃을 호호바나 해바라기 오일에 우려낸 침출유입니다.
꽃에 들어있는 플라보노이드, 트리테르펜 계열 성분이 오일 쪽으로 우러나서 피부 진정 목적으로 예로부터 사용되어 온 오일입니다.
호호바 오일(Jojoba Oil, Simmondsia chinensis)
엄밀히는 오일이 아니라 왁스 에스테르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사람 피지 성분과 구조가 유사해 흡수가 빠르고 산화가 잘 되지 않는 편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가려움 피부 블랜딩 레시피
희석 계산 공식은 다음과 같습니다.
캐리어오일(ml) × 원하는 희석 농도(%) × 20 ÷ 100 = 총 에센셜오일 방울 수입니다.
페이스용 오일 (1%, 30ml 기준, 총 6방울)
호호바 오일 20ml, 카렌둘라 인퓨즈드 오일 10ml
라벤더 2방울, 저먼 캐모마일 2방울, 헬리크리섬 2방울
얼굴은 피부가 얇아 자극이 상대적으로 강한 티트리와 블루탠지는 제외했습니다.
세안 후 물기를 수건으로 닦은 후 3~4방울 정도 덜어 바릅니다.
바디용 오일 (3%, 50ml 기준, 총 30방울)
호호바 오일 30ml, 카렌둘라 인퓨즈드 오일 20ml
라벤더 11방울, 티트리 7방울, 저먼 캐모마일 7방울, 헬리크리섬 5방울 or 블루탠지 5방울
샤워 후 물기가 살짝 남았을 때 가려운 부위 위주로 바릅니다.

저와 남편이 함께 겪은 이야기
저는 원래 피부가 무난한 편이었습니다.
그런데 갱년기에 접어들면서부터 부쩍 건조해지더니, 건조함 뒤에 가려움이 서서히 따라왔습니다.
가려움을 줄이는 방법을 찾다 보니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물 마시기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원래 물을 잘 마시지 않는 사람이었습니다.
물통을 들고 다니는 습관도 없었고, 밖에서 물을 사 먹는다는 생각 자체를 잘 하지 못했습니다.
예전에는 길을 가다 목이 마르면 식당에 들어가 물 한 잔을 얻어 마실 수 있었지만, 요즘은 물도 돈을 주고 사 먹는 시대가 되다 보니 식사도 하지 않으면서 물 한 잔을 얻어먹기가 괜히 미안해서 잘 들어가지 않게 되었습니다.
의도적으로 물통을 챙겨야 하는데 그것도 습관이 되지 않아 잘 지켜지지 않았고, 먼 길을 갈 때는 중간에 화장실을 찾는 것도 번거로워 자꾸 물 마시는 것을 미루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갱년기까지 겹치니 피부의 촉촉함이 더 빨리 빠져나가고, 가려움도 함께 심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이 이야기를 하려면 남편 이야기를 먼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저희 남편은 오랫동안 피부과 약을 꾸준히 복용해온 사람입니다.
결혼 전부터 피부가 예민한 편이었고, 집안 내력도 있었습니다.
시아버님도 평생 피부과 약을 드셨는데, 두 분 다 단 음식과 고기를 좋아하시고 신선한 채소는 잘 드시지 않는 식습관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채소라고는 김치 정도가 전부였고 샐러드 같은 음식은 거의 드시지 않았습니다.
저에게는 다소 달거나 짠 음식이라 처음에는 입맛을 맞추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특히 시아버님은 물은 거의 드시지 않고 하루 종일 믹스커피를 10잔이상 드셨는데, 이러한 생활 습관이 피부 가려움과 무관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남편도 결혼 초에는 가려움증이 수시로 올라와 그때마다 피부과 약을 처방받았습니다.
그런데 저와 함께 살면서 채소 반찬과 샐러드를 자주 먹게 되었고, 제가 만든 생즙을 아침마다 챙겨 마시고 출근하는 습관이 생기면서 가려움증이 많이 줄어 약을 거의 먹지 않게 되었습니다.
다만 남편도 나이가 들어 갱년기와 비슷한 시기에 접어들면서 가려움증이 다시 서서히 올라오기 시작했습니다.
순환이 예전만큼 원활하지 않은 것이 영향을 준 것으로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다시 생즙 챙기기를 시작하면서, 이번에는 아로마테라피도 적극적으로 함께 활용했습니다.
위에 적은 레시피대로 만든 오일을 남편에게도 발라주고 가볍게 마사지해주었는데, 피부결이 한결 부드러워지고 가려움도 많이 누그러진 느낌이라 남편도 만족스러워했습니다.
특히 바디용 오일은 넉넉하게 만들어두고, 샤워 후 물기를 남긴 상태에서 발라주는 것을 생활 루틴으로 삼았습니다.
은은한 향도 나고 가려움도 줄어드니 일석이조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는 저희 부부가 겪은 개인적인 경험이며, 남편처럼 지속적으로 피부과 약을 복용하시는 분이라면 임의로 약을 끊거나 줄이시면 안 되고 반드시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저희도 약 복용을 줄인 것은 병원 진료를 병행하면서 서서히 이루어진 일이었습니다.
사용 시 주의사항
저먼 캐모마일, 헬리크리섬, 블루탠지는 모두 국화과 식물입니다.
돼지풀이나 국화 알레르기가 있으신 분은 사용 전 손목 안쪽 등에 패치테스트를 먼저 진행하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블루탠지와 저먼 캐모마일은 카마줄렌 함량이 높은 오일로, 산화되면 자극감이 생길 수 있어 서늘하고 어두운 곳에 보관하시는 것이 좋습니다.
임신 중이시거나 지병으로 약을 복용 중이시라면 사용 전 담당 의료진과 상담하시는 것이 안전합니다.
특히 피부과 약을 꾸준히 복용하시는 경우라면 아로마테라피는 어디까지나 보조적인 관리로만 병행하시고, 약 복용 여부는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서 결정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아직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가려움이 스멀스멀 올라오긴 하지만, 물 마시는 습관을 챙기고 아로마 오일을 꾸준히 바르면서부터는 예전보다 훨씬 덜 힘들어졌습니다.
갱년기 피부 관리를 어떻게 하고 계신지 댓글로 방법을 나눠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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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
- 갱년기 콜라겐 감소 관련 리뷰 — Journal of Integrative Dermatology, "Beyond Hot Flashes: Understanding and Treating Menopause-Associated Skin Changes"
- 티트리 오일 국제표준 — ISO 4730 (Oil of Melaleuca, terpinen-4-ol type)
- 저먼 캐모마일 GC-MS 분석 관련 논문 다수 (PMC 등재)
- 헬리크리섬 네릴 아세테이트와 피부 장벽 관련 연구 — PLOS ONE / PMC9983847, "Neryl acetate, the major component of Corsican Helichrysum italicum essential oil, mediates its biological activities on skin barrier"
- 블루탠지 GC-MS 분석 관련 논문 다수 (Natural Product Communications 외)
⚠️ 안내 말씀
이 글은 저의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 속 실천을 나누는 내용으로, 의학적 치료나 전문가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건강에 관한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개인마다 체질과 상황이 다르므로, 저의 경험이 모든 분께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