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갱년기 우울감에 쓰는 감정 아로마 오일 5가지와 아로마 향수 레시피 3종

by 그린빛향 2026. 8. 21.

딱히 큰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가슴 한가운데가 묵직하게 눌린 것 같고, 아무 이유 없이 서글퍼지는 날이 있습니다.

이 글은 그런 날이 잦아진 40~70대 여성분들을 위해 썼습니다.

 

읽고 나시면 향이 왜 그렇게 빠르게 감정에 닿는지, 감정 관리에 자주 쓰이는 에센셜 오일 5종의 성분과 특성이 무엇인지,

그리고 핸드백에 넣고 다닐 수 있는 10% 아로마 향수를 안전한 농도로 직접 만드는 방법을 아시게 됩니다.

 

저는 25년째 아로마를 생활 속에서 써온 사람입니다.

전문 자격을 가진 치료사가 아니라 생활인입니다.

향이 저를 구해줬다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습니다.

다만 향은 제가 저를 아직 놓지 않았다는 것을 매일 알려주었습니다.

 

갱년기 우울감에 쓰는 감정 아로마 오일 5가지와 아로마 향수 레시피 3종. ai 이미지

 

 

1. 우울감은 한 번만 오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키우던 시절

결혼하고 아이 셋을 키우면서 제 청춘이 통째로 사라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하루종일 집에만 있거나, 아이를 안고 업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놀이터와 마트뿐이었습니다.

세상은 저만 빼고 돌아가는 것 같았습니다.

 

저는 집안에서 아이들과 씨름하느라 힘들었고, 남편은 밖에서 처자식을 먹여 살리겠다고 버티느라 힘들었습니다.

그런데 서로 자기 힘든 것만 보여서 상대가 얼마나 힘든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부부라는 이름으로 한집에 있는데도 외로움이 가득하던 시절이었습니다.

혼자 있어서 외로운 것은 견딜 만한데, 옆에 사람이 있는데 외로운 것은 견디기가 어려웠습니다.

 

갱년기가 들어오면서

이제 좀 살 만해졌다 싶었는데 이번에는 몸이 다르게 굴었습니다.

 

마음은 여전히 20대인데 몸이 아니라고 비명을 지르는 것 같았습니다.

예전처럼 밀어붙이면 몸이 며칠씩 처지고, 마음과 몸이 따로 노는 느낌이 들면서 아, 세월이 갔구나 싶어졌습니다.

그러면 또 우울감이 밀려들어왔습니다.

 

생리가 줄어들다가 끊기는 과정을 겪으면서는, 여자라는 존재감이 스르르 사라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여성스러움이 빠져나가고 여자도 남자도 아닌 중성으로 살아가는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그때 정말 많이 가라앉았습니다.

 

호르몬 이야기를 잠깐 하겠습니다

갱년기 이행기에는 에스트로겐(estrogen)이 일정하게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오르내리며 요동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리고 에스트로겐은 기분 조절에 관여하는 세로토닌(serotonin) 계통과도 얽혀 있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이 시기의 감정 기복은 성격이 이상해진 것이 아니라 몸 안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변화와 관련이 있다는 뜻입니다.

저는 이것을 알고 나서 저 자신에게 조금 덜 미안해졌습니다.

 

정작 저를 돌봐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학원도 운영해야 하고, 친정 부모님도 모셔야 하고, 아이들도 키워야 했습니다.

다들 저한테 무언가를 받아 가는데 저한테 무언가를 주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다 어느 날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가 나를 잘 다스려야 이 집안이 굴러가겠구나!"

그래서 아프고 나서 고치는 것이 아니라, 아프기 전에 미리 관리하는 것을 습관으로 들이자고 마음먹었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의학 지식이 있는 사람이 아니니 병원이나 영양제에 의존했습니다.

이것저것 사서 한 움큼씩 삼켰습니다.

그런데 아로마테라피를 오래 공부하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몸보다 마음을, 감정을, 평정심을 관리하는 데 더 공을 들이기 시작했습니다.

 

혹시 지금 나만 이렇게 유난인가 싶으시다면, 그렇지 않습니다.

 

 

2. 향은 왜 마음에 이렇게 빨리 닿는가 — 후각에서 변연계까지

이 부분은 제가 공부하면서 가장 놀랐던 내용입니다.

조금 길지만 알고 쓰시는 것과 모르고 쓰시는 것이 정말 다릅니다.

 

향 분자가 코에 들어오면 벌어지는 일

숨을 들이마시면 향 분자가 콧속 위쪽의 후각 상피(olfactory epithelium)라는 얇은 조직에 닿습니다.

이 조직에는 후각 수용체 뉴런이 촘촘히 박혀 있는데, 사람은 대략 400종 정도의 기능하는 후각 수용체 유전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수용체 체계를 밝혀낸 리처드 액설(Richard Axel)과 린다 벅(Linda Buck)은 2004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받았습니다.

 

향 분자는 먼저 콧속 점액층에 녹아야 수용체에 닿을 수 있습니다.

감기로 코가 막히면 향이 잘 느껴지지 않는 것이 이 때문입니다.

 

같은 종류의 수용체를 가진 뉴런들은 후각신경구(olfactory bulb)의 사구체(glomerulus)라는 구조로 모입니다.

하나의 향은 여러 수용체를 조합으로 자극하므로, 후각신경구에는 향마다 고유한 활성 패턴이 그려집니다.

일종의 냄새 지도인 셈입니다.

 

후각신경구에서 신호를 받은 승모세포(mitral cell)는 신호를 뇌 안쪽으로 보내는데, 그 도착지가 조롱박피질(piriform cortex), 편도체(amygdala), 내후각피질(entorhinal cortex)입니다.

그리고 내후각피질은 곧바로 해마(hippocampus)로 이어집니다.

 

편도체와 해마는 변연계(limbic system)의 핵심입니다.

편도체는 들어온 자극에 감정의 꼬리표를 붙이는 곳이고, 해마는 그 순간의 맥락을 기억으로 묶는 곳입니다.

 

시상을 거치지 않는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시각이나 청각 정보는 대부분 시상(thalamus)이라는 중계소를 거쳐 대뇌로 올라갑니다.

그런데 후각은 후각신경구에서 1차 후각피질까지 이 중계소를 거치지 않습니다.

인간의 감각 중 유일합니다.

 

여기서 정확히 짚고 가야 할 부분이 있습니다.

인터넷에는 후각이 시상을 아예 거치지 않는다고 쓴 글이 많은데, 이는 정확하지 않습니다.

이 냄새가 무엇인지 의식적으로 알아차리고 판단하는 안와전두피질(orbitofrontal cortex)로 갈 때는 배내측 시상핵(mediodorsal thalamic nucleus)을 경유하는 간접 경로도 함께 존재합니다.

 

정확히는 감정 회로로 가는 지름길이 따로 나 있고, 그 지름길이 다른 감각보다 훨씬 짧다는 뜻입니다.

 

그리고 편도체 바로 옆에 시상하부(hypothalamus)가 있습니다.

시상하부는 스트레스 호르몬 축, 즉 시상하부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방출호르몬(CRH)이 나오고, 뇌하수체에서 부신피질자극호르몬(ACTH)이 나오고, 부신에서 코르티솔(cortisol)이 나오는 연쇄의 출발점입니다.

자율신경계 조절에도 관여합니다.

 

향이 기분에 닿는다는 말이 은유가 아니라 해부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향이 오래된 기억을 부르는 이유

저는 분 향기를 맡으면 어머니의 화장대가 떠오릅니다.

옛날 동그란 콤팩트 뚜껑을 열 때 나던 냄새입니다.

어머니가 외출 준비를 하시면 저는 그 옆에 쪼그리고 앉아 구경했습니다.

지금도 백화점 1층을 지나다 비슷한 분 냄새가 스치면 그 자리에서 잠깐 멈춰 서게 됩니다.

 

참기름 냄새를 맡으면 어머니의 김밥이 생각납니다.

그런데 참기름 냄새는 거기서 한 걸음 더 들어갑니다.

집에서 직접 참기름을 짜시던 외할머니가 떠오르기 때문입니다.

깨를 볶으시던 냄새, 그리고 기름이 나오는 것을 지켜보던 저를 돌아보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그 얼굴입니다.

저는 그때 몇 살이었는지도 잘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그 웃으시던 얼굴은 지금도 선명합니다.

 

이것을 프루스트 현상(Proust phenomenon)이라고 부릅니다.

프랑스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가 홍차에 적신 마들렌 냄새를 맡고 어린 시절이 되살아나는 장면을 쓴 데서 나온 이름입니다.

 

연구자들이 이것을 실제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사진이나 단어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대부분 청소년기에서 초기 성인기의 기억이 가장 많이 나옵니다.

이를 회고 절정(reminiscence bump)이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냄새로 기억을 떠올리게 하면 이 봉우리가 앞으로 당겨져서 생애 첫 10년, 즉 10세 이전으로 옮겨간다는 보고가 있습니다(Willander & Larsson, Psychonomic Bulletin & Review, 2006).

 

다만 이 부분은 아직 확정된 결론은 아닙니다.

이후 진행된 대규모 공개 실험에서는 다섯 감각 전반에 걸쳐 비슷한 시간 분포가 나타났고 후각만의 특이한 봉우리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습니다.

그러니 흥미로운 가설 정도로 봐주시는 것이 정확합니다.

 

그리고 후각으로 떠오른 기억은 다른 감각으로 떠오른 기억보다 정서적으로 더 강하고, 그 시절로 실제로 돌아간 것 같은 느낌이 더 크다고 보고됩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지름길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해석됩니다.

 

냄새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이유

분명히 아는 냄새인데 이름이 입에서 나오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후각 경로가 언어를 처리하는 영역을 거의 거치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냄새를 설명할 때 거의 항상 다른 것에 빗댑니다.

참기름 냄새, 비 온 뒤 흙 냄새, 아기 머리 냄새 같은 식입니다.

냄새 자체를 가리키는 우리말 단어가 거의 없습니다.

 

말이 되지 않으니 오히려 감정으로 남는 것 같습니다.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래서 향을 고르는 일은 기억을 고르는 일입니다

후각 연합은 한두 번의 강한 경험만으로도 만들어지고, 한번 만들어지면 잘 지워지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것은 양날의 검입니다.

나쁜 쪽으로도 작동합니다.

저는 아버지가 병원에 오래 다니실 때 그 병원 소독약 냄새가 몸에 뱄는데, 지금도 비슷한 냄새를 맡으면 명치가 먼저 조입니다.

십몇 년이 지났는데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저는 향을 고를 때 신중해집니다.

지금 이 향에 어떤 시간을 저장할 것인가 하는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오늘 손목에 바른 향이 10년 뒤 어느 날 갑자기 오늘을 데려올 수 있습니다.

이왕이면 좋은 날에 좋은 향을 발라두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후각 기능 저하가 알츠하이머병이나 파킨슨병의 이른 신호로 나타날 수 있다는 연구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냄새를 잘 못 맡는 변화가 뚜렷하게 생기면 나이 탓으로만 넘기지 마시고 진료를 받아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3. 향이 감정에 작용하는 세 갈래 길

 

첫 번째 — 후각에서 변연계로

위에서 설명드린 지름길입니다.

가장 빠르고 가장 강력합니다.

향을 맡고 몇 초 안에 어깨가 툭 내려가는 반응이 이 경로와 관련이 있습니다.

 

두 번째 — 폐와 피부에서 혈류로

향 분자는 코로만 가는 것이 아니라 폐포까지 내려가 혈류에 흡수됩니다.

피부에 바른 오일도 일부가 흡수됩니다.

분자량이 작고 지용성인 성분들은 혈액뇌장벽을 통과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라벤더와 베르가못, 클라리세이지에 공통으로 들어 있는 리날룰(linalool)의 경우, 동물 실험과 시험관 실험에서 억제성 신경전달물질인 가바(GABA) 관련 수용체 작용에 영향을 준다는 보고가 있습니다.

다만 이는 사람 대상 연구가 아닙니다.

향으로 흡입했을 때 사람에게서 같은 일이 일어난다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세 번째 — 학습된 연합

저는 이 세 번째가 실제 생활에서는 가장 크다고 봅니다.

 

특정 향을 편안한 상황과 반복해서 붙여놓으면, 나중에는 그 향만 맡아도 몸이 먼저 알아챕니다.

파블로프의 종소리와 같은 원리입니다. 향은 스위치가 아니라 신호등입니다.

 

그래서 하루 이틀 써보고 판단하시면 안 됩니다.

최소 3주는 같은 향을 같은 상황에 붙여보셔야 몸이 그 연결을 배웁니다.

저는 이것을 향에 집을 지어준다고 표현합니다.

 

 

4. 감정 아로마 오일 5종, 성분과 마음에 닿는 방식

아래 성분 수치는 GC-MS 문헌에서 보고된 대략적 범위입니다.

산지, 수확 시기, 케모타입, 로트에 따라 이 범위를 벗어나는 경우도 흔하므로, 정확한 수치는 구입하신 제품의 성적서로 확인하시는 것이 가장 정확합니다.

 

베르가못 (Bergamot, Citrus bergamia)

추출 열매 껍질, 압착법

 

주요 성분(대략적 범위)

  • 리모넨(limonene) 26~53%
  •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 16~40%
  • 리날룰(linalool) 2~20%
  • 감마 테르피넨(γ-terpinene) 5~11%
  • 베타 피넨(β-pinene) 4~11%
  • 베르갑텐(bergapten, 5-메톡시소랄렌) 0.1~0.4%

 

감정에 닿는 방식

베르가못이 특별한 것은 감귤류인데 라벤더의 주성분을 함께 갖고 있다는 점입니다.

리날릴 아세테이트와 리날룰, 이 두 가지가 라벤더의 진정 이미지를 만드는 성분입니다.

 

그래서 베르가못은 밝히면서 동시에 눌러주는 독특한 향입니다.

커피를 마신 것처럼 각성시키지 않으면서 기분만 슬쩍 들어올립니다.

저는 이것을 가라앉은 사람에게 소리 지르지 않고 다가오는 향이라고 표현합니다.

우울감에 첫 번째로 꺼내는 오일이 이것입니다.

 

연구 참고

미국의 한 정신건강센터 대기실에서 진행된 파일럿 연구에서, 15분간 베르가못 향에 노출된 그룹이 대조군보다 긍정 정서(PANAS) 점수가 17% 높게 나왔다고 보고했습니다(Han X 외, Phytotherapy Research, 2017, 참여자 57명).

 

다만 이 연구는 세 가지를 함께 보셔야 합니다.

첫째, 이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둘째, 저자들이 표본 크기와 대조군 규모의 한계를 논문에서 직접 밝혔습니다.

셋째, 주 저자들이 에센셜 오일 판매 기업 소속입니다.

그러므로 증명됐다가 아니라 이런 보고가 있다 정도로만 봐주셔야 합니다.

 

건강한 여성 41명을 대상으로 베르가못 향 흡입 후 기분 상태, 부교감신경 활성, 타액 코르티솔을 측정한 연구도 있습니다(Forschende Komplementärmedizin, 2015).

 

의약·산업 쪽 맥락

리날룰과 관련해서는 독일에서 라벤더 오일을 경구 캡슐로 표준화한 실렉산(Silexan, 제품명 Lasea)이 불안한 기분에 동반되는 안절부절못함에 대한 의약품으로 허가되어 쓰이고 있습니다.

 

여기서 두 가지를 분명히 하겠습니다.

실렉산은 라벤더 오일이며 베르가못 오일이 아닙니다.

그리고 경구 복용 제형입니다.

향으로 흡입하는 것과 캡슐로 삼키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입니다.

이 성분이 그만큼 오래 연구된 물질이라는 맥락으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콜레스테롤 관련으로 알려진 베르가못 폴리페놀은 오일이 아니라 열매 즙에서 뽑은 완전히 다른 물질입니다.

헷갈리시는 분들이 많습니다.

 

로즈 오토 (Rose Otto, Rosa damascena)

추출 꽃잎, 수증기 증류

 

주요 성분(대략적 범위)

  • 시트로넬롤(citronellol) 20~45%
  • 게라니올(geraniol) 15~28%
  • 네롤(nerol) 2~9%
  • 스테아롭텐(stearoptene, 상온에서 굳는 왁스 계열) 16~25%
  • 메틸유제놀(methyl eugenol) 미량 (최대 3%대까지 보고)

국제 표준인 ISO 9842에서는 시트로넬롤 20~34%, 게라니올 15~22%를 기준으로 삼고 있으며, 산지와 품종에 따라 시트로넬롤이 44%를 넘는 사례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감정에 닿는 방식

로즈는 여자라는 존재감이 사라지는 것 같던 시기에 저에게 가장 필요했던 향입니다.

성분으로 설명이 다 되지 않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향을 맡으면 내가 아직 여자구나 싶어지는 순간이 있습니다.

그것이 학습된 연합이든 무엇이든 저에게는 그것이 필요했습니다.

 

연구 참고

건강한 성인 40명(18~21세)을 대상으로 로즈 오일을 피부에 흡수시킨 뒤 자율신경 지표를 측정한 연구에서, 호흡수와 혈중 산소포화도, 수축기 혈압이 유의하게 감소했고 참여자들이 스스로를 더 차분하고 더 이완되었으며 덜 각성된 상태로 평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Hongratanaworakit T, Natural Product Communications, 2009).

이 실험은 호흡 마스크로 냄새를 맡지 못하게 차단한 상태에서 진행했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참여자가 모두 20대 초반의 건강한 젊은 층이었으므로, 갱년기 여성에게 같은 결과가 나온다고 볼 근거는 아닙니다.

 

알아두면 좋은 것

겨울에 병을 열었더니 하얗게 굳어 있어서 상한 줄 알고 놀란 적 있으실 것입니다.

스테아롭텐이라는 왁스 성분이 굳은 것입니다. 손으로 병을 감싸 체온으로 녹이면 돌아옵니다.

오히려 진짜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그리고 로즈 오토와 로즈 앱솔루트는 다른 물건입니다.

향의 핵심인 페닐에틸알코올(phenylethyl alcohol)이 물에 잘 녹아서 증류 과정에서 상당량이 로즈워터 쪽으로 넘어갑니다.

그래서 우리가 아는 진한 장미 냄새는 앱솔루트 쪽이 훨씬 가깝습니다.

 

재스민 앱솔루트 (Jasmine Absolute, Jasminum grandiflorum)

추출 꽃, 용매 추출 (에센셜 오일이 아니라 앱솔루트입니다)

 

주요 성분(대략적 범위)

  • 벤질 아세테이트(benzyl acetate) 15~40%
  • 벤질 벤조에이트(benzyl benzoate) 3~22%
  • 피톨(phytol), 이소피톨(isophytol), 스쿠알렌(squalene) 등 무거운 성분 다수
  • 리날룰(linalool) 3~10%
  • 인돌(indole) 0.5~7%
  • 시스 자스몬(cis-jasmone), 메틸 자스모네이트(methyl jasmonate) 미량

재스민 앱솔루트는 품종(grandiflorum*과 *sambac)과 산지에 따른 편차가 특히 큰 편입니다.

위 범위는 상업용 제품군에서 보고된 폭넓은 값을 함께 담은 것입니다.

 

감정에 닿는 방식

재스민 향에서 살짝 묵직하고 관능적인 뒷맛이 느껴지신다면 그것은 인돌 때문입니다.

아주 미량 있을 때는 깊이를 주는데 진하면 불쾌해집니다.

그래서 재스민은 한 방울이 정말 한 방울입니다.

 

꼭 알려드릴 것이 있습니다.

많은 분들이 재스민을 진정 오일로 알고 계신데 실제 보고는 그 반대입니다.

재스민 오일 마사지 후 호흡수, 혈압, 자가보고 각성도와 활력감이 올라갔다는 연구가 있습니다(Hongratanaworakit T, Natural Product Communications, 2010, 참여자 40명).

 

그러니까 재스민은 잠드는 향이 아니라 깨어나는 향입니다.

처진 마음을 끌어올릴 때 쓰는 오일이지, 자기 전에 쓰는 오일이 아닙니다.

 

의약·산업 쪽 맥락

메틸 자스모네이트는 식물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내는 식물호르몬입니다.

작물의 방어 반응을 유도하는 물질로 농업 분야에서 연구되고 있고, 유도체가 화장품 원료로도 쓰입니다.

 

클라리세이지 (Clary Sage, Salvia sclarea)

추출 꽃과 잎, 수증기 증류

 

주요 성분(상업용 오일 기준 대략적 범위)

  • 리날릴 아세테이트(linalyl acetate) 45~78%
  • 리날룰(linalool) 6~28%
  • 게르마크렌 D(germacrene D) 1~12%
  • 스클라레올(sclareol) 0.4~5%

문헌 전체를 보면 리날릴 아세테이트가 3%대까지 내려가는 케모타입도 보고되어 있습니다.

시칠리아의 게르마크렌 D 우세형, 이스라엘의 게라니올 우세형처럼 향이 전혀 다른 케모타입이 존재하므로, 구입 시 성적서 확인이 특히 중요한 오일입니다.

 

감정에 닿는 방식

리날릴 아세테이트 함량이 라벤더보다 높은 경우가 흔합니다.

그런데 향은 라벤더처럼 예쁘지 않습니다.

허브 같기도 하고 견과류 같기도 해서 처음 맡으면 이것이 무엇인가 싶습니다.

저도 첫 병은 반쯤 쓰고 서랍에 넣어두었습니다.

 

그런데 이 오일은 갱년기 여성에게 가장 자주 손이 가는 오일입니다.

저는 이것을 감정의 볼륨을 낮춰주는 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감정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크기를 줄여주는 느낌입니다.

 

연구 참고

국내 연구진이 50대 갱년기 여성 22명을 대상으로 클라리세이지 흡입 전후 혈중 지표를 비교한 연구가 있습니다(Lee KB, Cho E, Kang YS, Phytotherapy Research, 2014, 28권 1599~1605쪽).

흡입 후 코르티솔은 유의하게 감소하고 세로토닌은 유의하게 증가했다고 보고했습니다.

 

정확히 말씀드리면 갑상선자극호르몬(TSH)도 감소하는 방향으로 보고되었으나, 정상군과 우울경향군 사이의 변화 차이는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습니다.

인터넷에 갑상선 수치가 개선됐다고 단정적으로 옮겨진 글이 많은데 원문은 그렇지 않습니다.

그리고 22명은 매우 작은 표본이며, 향을 맡는다는 사실 자체를 참가자에게 숨길 수 없는 설계라는 한계도 함께 보셔야 합니다.

 

클라리세이지의 항우울 유사 작용을 도파민 활성으로 설명한 연구도 있는데, 이는 쥐를 대상으로 한 실험입니다(Journal of Ethnopharmacology, 2010).

 

의약·산업 쪽 맥락

스클라레올은 향료 산업에서 중요한 원료입니다.

이를 가공해 스클라레올라이드를 거쳐 앰브록스(Ambrox)라는 향료를 만드는데, 예전에 향수에 쓰던 용연향을 대체하는 원료입니다.

 

한 가지 짚고 가겠습니다.

클라리세이지가 에스트로겐 역할을 한다는 설명을 많이 보셨을 텐데, 스클라레올의 에스트로겐 유사 활성은 시험관 수준의 보고입니다.

향으로 흡입하거나 희석해서 바르는 정도로 체내 호르몬을 움직인다는 근거는 부족합니다.

안전성 문헌으로 널리 쓰이는 티스랜드 앤 영 쪽에서도 이 표현이 근거가 약하다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저는 이 표현을 쓰지 않습니다.

 

스위트 오렌지 (Sweet Orange, Citrus sinensis)

추출 열매 껍질, 압착법

 

주요 성분(대략적 범위)

  • 디리모넨(d-limonene) 90~96%
  • 미르센(myrcene) 0.5~3%
  • 리날룰(linalool) 1% 미만
  • 옥타날(octanal), 데카날(decanal) 등 알데하이드류 미량

 

감정에 닿는 방식

성분표만 보면 거의 리모넨 하나입니다.

그런데 몇 % 되지 않는 알데하이드가 갓 깐 오렌지 같은 즙 냄새를 만듭니다.

 

이 향은 어렵지 않습니다.

그래서 좋습니다.

마음이 복잡할 때 로즈나 재스민은 오히려 부담스러울 때가 있는데 오렌지는 그냥 웃게 만듭니다.

저는 학원 상담이 길어져 진이 빠진 날 오렌지를 씁니다.

 

알아두면 좋은 것

감귤류는 다 광독성이 있다고 알고 계신 분이 많은데, 스위트 오렌지는 푸로쿠마린(furanocoumarin)이 거의 없어 티스랜드 앤 영 기준에서 광독성 오일로 분류되지 않습니다.

압착 베르가못, 라임, 레몬과는 다릅니다.

다만 일부 시험에서 상반된 보고도 있으므로, 한여름 강한 자외선 아래 대면적에 바르는 사용은 피하시는 편이 안전합니다.

 

그리고 비터 오렌지(Citrus aurantium)는 광독성이 있습니다.

학명을 반드시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대신 리모넨은 산소와 만나면 빠르게 산화됩니다.

산화된 리모넨은 피부 감작 위험이 올라갑니다.

저는 오렌지만큼은 5ml 소용량으로 사서 냉장고 문 쪽에 두고 6개월에서 1년 안에 다 씁니다.

 

연구를 읽을 때 제가 늘 염두에 두는 것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로마와 감정에 관한 연구들은 대부분 표본이 작고, 결정적으로 눈가림이 거의 불가능합니다.

향이 나는데 참가자에게 숨길 방법이 없습니다.

그래서 기대 효과를 걷어내기가 매우 어렵습니다.

체계적 문헌고찰에서도 이 부분이 반복해서 지적됩니다.

 

그러니 이 글의 연구 이야기는 근거가 확실하다는 뜻이 아닙니다.

이런 방향으로 살펴본 자료가 있다는 정도로만 봐주시기 바랍니다.

저는 25년 써온 사람이지만 이 부분은 과장하고 싶지 않습니다.

 

 

5. 핸드백에 넣고 다니는 아로마 향수 레시피 3가지

저는 늘 가방에 아로마 향수를 넣고 다닙니다.

생각날 때, 기분 전환하고 싶을 때, 그냥 찌뿌둥할 때 향수처럼 바르면서 향을 즐깁니다.

그것이 저에게는 하루에 몇 번씩 저를 챙기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계산 기준과 공통 베이스

에센셜 오일 1방울은 대략 0.05ml이며, 20방울이 1ml입니다. 필요한 방울 수는 이렇게 계산합니다.

 

ml × % × 20 ÷ 100 = 방울 수

10ml 향수를 10% 농도로 만들 경우, 10 × 10 × 20 ÷ 100 = 20방울입니다.

 

공통 베이스 (10ml 기준)

  • 무수 에탄올 9ml
  • 에센셜 오일 총 20방울
  • 차광 유리 스프레이 또는 롤온 공병 10ml

 

레시피 1 — 우울감을 걷어내는 향

가라앉은 방에 커튼을 걷고 햇빛을 들이는 느낌으로 만들었습니다.

 

오일 방울 농도
베르갑텐 프리(FCF) 베르가못 10방울 5%
스위트 오렌지 6방울 3%
클라리세이지 3방울 1.5%
재스민 앱솔루트 1방울 0.5%

 

시트러스가 먼저 열리고, 뒤에서 클라리세이지가 붙들어주고, 맨 마지막에 재스민이 흐릿하게 남습니다.

아침에 눈을 떴는데 오늘 하루가 막막할 때 이것을 씁니다.

 

레시피 2 — 마음을 가라앉히는 향

감정이 커져서 스스로 감당이 되지 않을 때, 볼륨을 낮추는 향입니다.

 

오일 방울 농도
클라리세이지 8방울 4%
베르갑텐 프리(FCF) 베르가못 7방울 3.5%
스위트 오렌지 4방울 2%
로즈 오토 1방울 0.5%

 

허브의 결이 중심에 오고 시트러스가 그것을 둥글게 감쌉니다.

로즈 한 방울이 전체를 부드럽게 만들어줍니다.

이 한 방울을 빼면 향이 확 밋밋해집니다.

 

저는 학원 셔터를 내리고 차에 앉자마자 이것을 바릅니다.

집에 도착하기 전에 원장에서 엄마이자 딸로 넘어가는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레시피 3 — 처진 마음을 끌어올리는 향

몸이 무겁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오후를 위한 향입니다.

 

오일 방울 농도
스위트 오렌지 11방울 5.5%
베르갑텐 프리(FCF) 베르가못 7방울 3.5%
재스민 앱솔루트 1방울 0.5%
클라리세이지 1방울 0.5%

 

오렌지를 전면에 세우고 재스민을 한 방울만 넣었습니다.

재스민이 각성 방향으로 보고된 오일이라 이 조합에서 그 역할을 해줍니다.

클라리세이지는 향이 너무 가볍게 날아가지 않게 잡아주는 정도로만 넣었습니다.

 

선택 레시피 — 특별한 날의 향

로즈와 재스민을 함께 쓰는 조합입니다.

재료비가 들지만 향이 확실히 다릅니다.

 

오일 방울 농도
베르갑텐 프리(FCF) 베르가못 8방울 4%
스위트 오렌지 5방울 2.5%
클라리세이지 5방울 2.5%
로즈 오토 1방울 0.5%
재스민 앱솔루트 1방울 0.5%

 

만드는 법

  1. 유리 공병을 알코올로 소독하고 완전히 말립니다.
  2. 에센셜 오일부터 먼저 넣고 병을 굴려 오일끼리 섞어줍니다.
  3. 무수 에탄올 9ml를 붓습니다.
  4. 마개를 닫고 30초 정도 굴리듯 흔듭니다.
  5. 어둡고 서늘한 곳에서 2~4주 숙성합니다. 하루 한 번 흔들어주십시오.
  6. 반드시 갈색이나 파란색 차광 유리병을 사용하십시오.

숙성이 정말 중요합니다.

만든 당일과 3주 뒤는 완전히 다른 향수가 됩니다.

처음에는 알코올이 코를 찌르는데 숙성되면 그것이 사라지고 오일끼리 어우러집니다.

저는 이 기다리는 시간도 좋아합니다.

 

핸드백에 넣고 다닐 때

  • 10ml 이하 미니 스프레이나 롤온이 적당합니다.
  • 가방 안에서는 세워서, 작은 지퍼백에 넣어두면 새더라도 안전합니다.
  • 여름에 차 안에 두지 마십시오. 차 실내는 60℃가 넘어가고 그러면 산화가 급격히 진행됩니다.
  • 롤온은 스프레이보다 튀지 않아 사무실이나 학원에서 쓰기 편합니다.

 

 

6. 천연 향수는 자주 덧발라야 합니다 — 지속시간의 진실

이것은 미리 아셔야 실망하지 않으십니다.

천연 아로마 향수는 지속시간이 짧습니다.

인공 향수처럼 아침에 한 번 뿌리면 하루종일 남아 있는 향이 아닙니다.

  • 감귤류 탑 노트: 30분~1시간
  • 클라리세이지: 2~3시간
  • 로즈, 재스민: 3~4시간 정도 흐릿하게

합성 향수는 머스크 계열 같은 고착제를 넣어 향 분자를 붙들어둡니다.

천연 오일에는 그런 것이 없거나 아주 적습니다.

그나마 재스민 앱솔루트에 들어 있는 피톨이나 스쿠알렌 같은 무거운 성분이 약간의 고착제 역할을 해줍니다.

제 레시피에 재스민을 한 방울씩 꼭 넣는 이유입니다.

 

그러니 2~3시간마다 다시 바르십시오.

하루에 네 번, 다섯 번 발라도 괜찮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오히려 좋습니다.

향이 사라질 때마다 가방에서 병을 꺼내는 그 순간이 하루에 네댓 번씩 저를 챙기는 알람이 되기 때문입니다.

하루종일 남을 챙기는 사람에게 그 3초가 얼마나 귀한지 모릅니다.

 

어디에 바를까

손목 안쪽, 귀 뒤, 쇄골 아래, 팔꿈치 안쪽입니다.

맥박이 뛰고 체온이 조금 높은 자리라 향이 잘 올라옵니다.

저는 쇄골 아래를 가장 좋아합니다.

고개를 숙일 때마다 저에게만 슬쩍 올라오기 때문입니다.

 

바르고 문지르지 마십시오

손목끼리 비비는 습관이 있으실 것입니다.

그 마찰열이 가벼운 탑 노트를 먼저 날려버립니다.

그냥 톡톡 누르고 두십시오.

 

 

7. 사찰의 풍경소리와 감사 인사, 그리고 향

향만 가지고는 되지 않았습니다.

제가 해온 것들을 함께 적어보겠습니다.

 

사찰 처마 끝 풍경소리

저는 불교신자는 아니지만 그 풍경소리를 참 좋아합니다.

시간이 나면 산에 있는 절을 찾아갑니다.

올라가는 길에 다리가 아파오면 이상하게 머릿속이 조용해집니다.

그러다 처마 끝 풍경이 바람에 흔들리는 소리를 들으면 마음이 한 번 비워집니다.

 

긍정 확언

입으로 소리 내어 되뇝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하고 중얼거리며 살았습니다.

처음에는 우스웠는데 계속하다 보니 마음이 조금씩 따라오는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이 두 가지를 향과 함께 하면 훨씬 좋습니다.

 

산에 갈 때 손목에 발라둔 향이 있고, 풍경소리를 들으면서 그 향을 맡고, 감사합니다를 중얼거립니다.

나중에 도시 한복판에서 그 향만 맡아도 그 순간이 통째로 돌아옵니다.

앞에서 설명드린 연합 학습이 실제로 이렇게 작동합니다.

 

저는 이것을 향에 좋은 기억을 저금해둔다고 표현합니다.

힘든 날 꺼내 쓰기 위해서입니다.

갱년기 우울감을 기분전환하는 방법

 

 

8. 10% 향수, 이것만은 지켜주십시오

먼저 알고 계셔야 할 것이 있습니다.

일반적인 아로마테라피 피부 희석 권장 농도는 얼굴 1~2%, 바디 3~5%입니다.

10%는 향수 농도이며, 이는 알코올 베이스로 맥박 지점에 소량만 쓴다는 전제에서 만든 레시피입니다.

 

반드시 베르갑텐 프리(FCF) 베르가못을 쓰십시오

압착 베르가못에는 베르갑텐이라는 푸로쿠마린이 있어 자외선을 만나면 피부에 심한 반응을 일으킵니다.

국제향료협회(IFRA)와 티스랜드 앤 영 기준으로 피부에 남기는 제품에서는 0.4%를 넘기지 말라고 되어 있습니다.

10ml에 0.4%면 한 방울도 되지 않는 양입니다.

이 레시피에 압착 베르가못을 쓰시면 기준을 열 배 넘게 초과합니다.

 

저는 실제로 겪었습니다.

재작년 겨울, 압착 베르가못 롤온을 손목에 바르고 학원 앞 화단을 두 시간 정리했습니다.

겨울이니 괜찮겠지 했습니다.

사흘 뒤 손목 안쪽에 얼룩덜룩한 갈색 자국이 생겼고, 6개월 넘게 빠지지 않았습니다.

지금도 자세히 보면 흐릿하게 남아 있습니다.

 

로즈 오토와 재스민 앱솔루트는 방울 수를 늘리지 마십시오

로즈 오토는 메틸유제놀 때문에 피부 사용 상한을 0.6%로 봅니다(메틸유제놀 3.3% 함유를 전제한 값입니다).

재스민 앱솔루트는 피부 감작 위험 때문에 0.7%로 봅니다.

두 값 모두 티스랜드 앤 영, Essential Oil Safety 2판(2014) 기준입니다.

 

위 레시피에서 각각 한 방울이 0.5%이므로 기준 안쪽입니다.

향이 약하다고 두 방울, 세 방울 넣으시면 안 됩니다.

 

오일 베이스 롤온으로 만드실 때는 농도를 낮추십시오

호호바 오일 베이스로 만드실 경우 10%가 아니라 3~5%로 낮추십시오.

알코올은 대부분 날아가는데 오일은 피부에 남아 흡수 조건이 다릅니다.

 

그 외 반드시 지켜야 할 것

  • 처음 만든 블렌드는 팔 안쪽에 소량 발라 24시간 반응을 보십시오.
  • 민감성 피부이시거나 임신 중이시거나 피부질환이 있으시면 5%로 낮추시거나, 피부 대신 스카프나 옷깃에 분사하십시오.
  • 재스민 앱솔루트는 색이 진해 밝은 옷에 얼룩이 남을 수 있습니다.
  • 클라리세이지는 전통적으로 임신 중 사용을 피하도록 권합니다. 자궁근종이나 에스트로겐 관련 질환이 있으시면 사용 전에 담당 의료진과 상의하십시오.
  • 무수 에탄올은 인화성입니다. 불 근처, 가스레인지 옆에서 만들지 마십시오. 소독용 에탄올과는 다른 제품이므로 구입 시 확인하십시오.
  • 눈과 점막을 피하십시오. 원액을 피부에 바르지 마시고 절대 드시지 마십시오.
  • 반려동물, 특히 고양이가 있는 집에서는 확산 사용에 각별히 주의하셔야 합니다.

 

 

9. 인공향은 조금 다른 이야기입니다

여기까지 읽으시고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향이 그렇게 좋으면 그냥 향 좋은 방향제를 두면 되는 것 아닌가?."

 

이 부분에서만큼은 제가 좀 단호한 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천연이 좋고 합성이 나쁘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보다 훨씬 복잡하고, 솔직히 천연 쪽에도 불리한 이야기가 섞여 있습니다.

 

향료라는 한 단어 뒤에 숨어 있는 것

화장품이나 생활용품 뒷면을 보시면 전성분 끝에 그냥 향료라고만 적혀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한 단어 뒤에 수십에서 수백 가지 성분이 들어 있을 수 있습니다.

향 배합은 오랫동안 영업비밀로 인정돼왔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면서 규제가 조금씩 움직였습니다.

 

우리나라는 2020년 1월 1일부터 화장품에 쓰인 착향제 구성 성분 중 식약처가 고시한 알레르기 유발성분 25종은 향료로만 적을 수 없고 성분명을 따로 적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씻어내는 제품은 0.01% 초과, 씻어내지 않고 피부에 남기는 제품은 0.001% 초과일 때입니다.

위생용품에도 2022년 7월 1일부터 같은 기준이 적용되고 있습니다.

 

유럽은 여기서 더 나갔습니다.

원래 24종이던 개별 표시 대상을 2023년 개정 규정(Commission Regulation (EU) 2023/1545)으로 80종 이상까지 늘렸습니다.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SCCS)가 사람에게 실제로 알레르기를 일으킨 것으로 확인된 성분 56종을 추가로 지목한 결과입니다.

 

이 규정은 신규 제품에 대해 2026년 7월 31일부터 이미 적용되고 있으며, 그 이전에 유통되기 시작한 제품은 2028년 7월 31일까지 정리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참고로 영국은 아직 이 확대 목록을 채택하지 않았습니다.

 

규제가 이렇게 계속 넓어진다는 것은, 뒤집어 말하면 그동안 우리가 모르고 써온 것이 많았다는 뜻입니다.

 

향 알레르기와 감작

유럽 소비자안전과학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유럽 일반 인구의 대략 1~3%가 향료 성분에 접촉 알레르기가 있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반 인구 대상 메타분석에서 접촉 알레르겐 빈도는 니켈이 1위, 향료 혼합물(fragrance mix I)이 2위로 보고되었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이 감작(sensitization)이라는 개념입니다.

한번 특정 성분에 감작되면 그다음부터는 아주 적은 양에도 반응이 일어납니다.

그리고 우리는 화장품, 샴푸, 세탁세제, 섬유유연제, 주방세제, 방향제로 하루에 열 번도 넘게 같은 성분에 노출되고 있습니다.

각각은 미량인데 합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피부 말고도 있습니다.

향 제품 근처에서 두통이나 편두통, 어지럼증, 콧물, 기침이 생기거나 천식이 나빠진다고 호소하는 분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여러 나라 설문 조사에서 인구의 상당 비율이 이런 경험을 보고했습니다.

 

저희 학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재작년에 화장실에 향이 강한 방향제를 두었는데, 한 아이가 그 방향제를 놓고부터 화장실만 다녀오면 머리가 아프다고 했습니다.

처음에는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방향제를 치우니 그 아이가 괜찮아졌습니다.

저는 그때 좀 미안했습니다.

제가 좋다고 생각한 향이 누군가에게는 그냥 공격이었던 것입니다.

 

프탈레이트와 합성 머스크

향 성분 자체 말고, 향을 오래 붙들어두려고 넣는 물질들도 있습니다.

 

프탈레이트(phthalate) 계열이 대표적입니다.

이 중 DEHP나 DBP 같은 것들은 내분비계 교란 우려 때문에 유럽에서 화장품 사용이 금지되었습니다.

다만 DEP는 여전히 향료 용제나 알코올 변성제로 쓰이고 있고, 안전성에 대한 연구와 논의가 계속되고 있는 상태입니다.

 

합성 머스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니트로머스크 계열인 무스크 자일렌(musk xylene)은 유럽에서 화장품 사용이 금지되었고, REACH에서 매우 잔류성·매우 생물축적성(vPvB) 물질로 분류되었습니다.

지금 널리 쓰이는 갈락솔라이드(galaxolide, HHCB)나 토날라이드(tonalide, AHTN) 같은 폴리사이클릭 머스크는 금지되지는 않았으나 농도 제한을 받고 있으며, 환경에 잘 분해되지 않고 사람의 지방 조직이나 모유에서 검출된다는 보고들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것은 겁을 드리려는 것이 아닙니다.

인공 향수가 왜 아침에 뿌리면 저녁까지 남는지, 그 지속력이 어디서 오는지를 아셨으면 해서입니다.

그것은 마법이 아니라 향이 날아가지 않게 붙들어두는 물질이 들어 있기 때문입니다.

 

실내 방향제와 향초는 조금 더 조심하셨으면 합니다

방향제나 디퓨저에서는 휘발성 유기화합물(VOC)이 계속 방출됩니다.

그런데 이것이 실내 공기 중의 오존과 만나면 원래 없던 다른 물질, 예를 들어 포름알데히드 같은 2차 생성물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이 실내공기 화학 분야에서 오래 지적돼온 내용입니다.

 

특히 조심하실 곳은 다음과 같습니다.

  • 창문을 잘 열지 않는 화장실
  • 차 안. 여름 차량 실내는 60℃가 넘어갑니다
  • 아이 방과 어르신 방
  • 잠자는 침실에 밤새 켜두는 디퓨저

향초는 향 성분에 더해 연소 자체가 미세입자를 만듭니다. 저는 향초를 아예 쓰지 않는 것은 아닌데, 켜는 동안 창문을 조금 열어두고 한 시간 안에 끄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방향제와 탈취제가 화학제품안전법에 따른 안전확인대상 생활화학제품으로 관리됩니다.

구매하실 때 환경부 신고번호나 안전기준 적합 확인 표시가 있는지 한 번 보시는 것도 방법입니다.

 

반려동물이 있는 집은 정말 주의하셔야 합니다.

특히 고양이는 간에서 특정 물질을 대사하는 능력이 사람이나 개와 달라, 사람에게 별일 아닌 농도가 고양이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이야기 — 천연이라고 안전한 것이 아닙니다

이 부분을 쓰지 않으면 제가 정직하지 못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말씀드린 식약처 알레르기 유발성분 25종 목록,

그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십니까.

리모넨, 리날룰, 제라니올, 시트로넬롤, 시트랄, 유제놀입니다.

전부 제가 오늘 소개한 천연 에센셜 오일의 주성분들입니다.

 

스위트 오렌지는 리모넨이 90%를 넘고, 클라리세이지에는 리날룰이 들어 있으며, 로즈 오토는 시트로넬롤과 게라니올이 절반 가까이 됩니다.

그러니 이 표시 의무는 합성 향료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저 같은 사람에게도 똑같이 해당되는 이야기입니다.

 

한 가지 더 있습니다.

리모넨과 리날룰은 그 자체보다 산화된 상태가 감작 위험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럽 규정에서도 산화되거나 몸 안에서 변형된 뒤에 알레르겐이 되는 물질을 원래 물질과 동등하게 취급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제가 오렌지 오일을 6개월에서 1년 안에 다 쓰라고 반복해서 말씀드리는 이유가 이것입니다.

 

그럼 무엇이 다른가

저는 천연이 안전하다고 말하지 않습니다.

대신 이렇게 말합니다.

알 수 있느냐가 다르다고요.

 

제가 만든 향수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저는 정확히 압니다.

다섯 가지 오일이고, 각각 몇 방울인지 알고, GC-MS 성적서를 받아볼 수 있고, 농도를 제가 정합니다.

오래되었다 싶으면 버릴 수 있습니다.

 

방향제 한 통에 든 향료가 무엇인지는 제가 알 방법이 없습니다.

차이는 거기에 있습니다.

안전이 아니라 통제권입니다.

 

제가 지키는 기준 몇 가지

  • 라벨에서 향료 뒤에 개별 성분명이 적혀 있는지 확인합니다. 적혀 있다는 것은 그 제품이 표시 기준을 지키고 있다는 뜻이니 오히려 신뢰 신호입니다.
  • 피부에 남기는 제품일수록 향이 약한 것을 고릅니다.
  • 아이 방, 부모님 방, 침실에는 향 제품을 두지 않습니다.
  • 밀폐된 공간에서 오래 켜두지 않고, 쓰고 나면 반드시 환기합니다.
  • 차량용 방향제는 쓰지 않습니다. 대신 티슈에 오일 두세 방울을 떨어뜨려 컵홀더에 두고 하루 지나면 버립니다.
  • 새 향 제품은 24시간 팔 안쪽 패치 테스트를 합니다.
  • 누군가 제 향 때문에 불편하다고 하면 변명하지 않고 그냥 뺍니다.

마지막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향은 내 것인데 공기는 같이 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10. 향으로 안 되는 날도 있습니다

이 부분은 꼭 쓰고 싶었습니다.

 

저는 병원 가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입니다.

25년 아로마를 하면서 웬만한 것은 제 방식으로 넘겼습니다.

그런데 감정에 관해서만큼은 생각을 바꿨습니다.

 

아로마는 제 하루의 결을 다듬어줍니다.

그것은 분명합니다.

그런데 아로마는 진료도 상담도 대신하지 못합니다.

저는 이것을 인정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습니다.

 

이런 신호가 있으면 향 말고 사람을 찾으십시오

  • 가라앉은 기분이 2주 넘게 대부분의 날 이어질 때
  • 좋아하던 일이 하나도 재미없어질 때
  • 잠, 식욕, 집중력이 눈에 띄게 무너질 때
  • 일상생활이 실제로 어려워질 때
  •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스칠 때

마지막 항목이 스치기라도 했다면 오늘 바로 연락해보시기 바랍니다.

  • 자살예방 상담전화 109 (24시간, 2024년 1월부터 기존 1393 등이 이 번호로 통합되었습니다)
  •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

그리고 혹시 지금 항우울제나 수면제를 드시고 계시다면, 아로마를 시작한다고 임의로 약을 줄이거나 끊지 마십시오.

이것은 정말 위험합니다.

병용 여부는 반드시 처방하신 선생님과 상의하시기 바랍니다.

 

 

마무리

아이들을 키우느라 청춘이 사라진 것 같던 시절도, 부부인데 외롭던 시절도, 여자라는 존재감이 흐려지던 지금도, 저는 다 지나오고 있습니다.

완전히 해결된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푹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지난달에도 이틀 연속 힘든 날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제는 그럴 때 아, 또 왔구나, 이것도 지나가겠지 하고 알아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것이 가장 큰 변화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가방에서 작은 병을 꺼냅니다.

손목에 한 번 굴리고, 코에 대고 세 번 깊게 들이마시고, "감사합니다"를 한 번 중얼거립니다.

그 20초가 저를 여기까지 데려왔습니다.

 

여러분은 마음이 푹 가라앉는 날 무엇으로 스스로를 달래시는지 궁금합니다.

댓글로 나눠주시면 저도 배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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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내 말씀

이 글은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활 속 실천을 나누는 내용으로, 의학적 치료나 전문가 진료를 대신할 수 없습니다.

건강에 관한 문제는 반드시 전문 의료인과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개인마다 체질과 상황이 다르므로 제 경험이 모든 분께 동일하게 적용되지 않을 수 있습니다.

특히 마음이 힘든 시기에는 향보다 사람의 도움이 먼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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